작은 풀꽃이 내게 물었다.
박형동/ 광주지산교회 장로
길가에서 작은 풀꽃이 소리 없이 물었다.
이렇게 청초한 잎새를 피워본 적이 있냐고
이렇게 오묘한 꽃잎을 피워본 적이 있냐고
사람과 사람이 오가는 사이에서
사랑과 미움이 오가는 사이에서
곤해진 마음들 조약돌처럼 발길에 채일 때
그 길가에 작고 연약한 몸으로 일어서서
이처럼 풋풋한 향기를 풍겨본 적이 있냐고
작은 풀꽃이 웃으며 물었다.
금이 간 아스팔트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질기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면서도
이처럼 푸른 잎새와 아름다운 꽃을 피워본 적이 있냐고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그들에게 이처럼 해맑게 웃어 준 적이 있냐고
무서리에 젖어 떨며 긴 밤을 지새우면서도
이처럼 싱싱한 삶을 살아 간 적이 있냐고
팍팍한 아스팔트 인생길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풀꽃이 내게 물었다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고
지켜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도
이렇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서 본 적이 있냐고
이렇게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을 뛰게 해본 적이 있냐고
비집고 타고난 자리를 탓하지 않고
철 따라 씨앗을 맺고 나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냐고